2005년 4월 이태리 밀라노에서 개최된 제 44회 국제 가구 박람회 (I Saloni)에서는 다양하고 신선한 디자인의 새로운 가구들이 다수 출품되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630개 업체가 참가한 이 전시회에서 바이어들은 우아하면서도 가정과 사무실에 모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인 가구에 적극적인 호응을 보였다. 또한, 3,00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최신의 가구 유행을 탐색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밀라노 국제 가구 박람회는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는 곳이었다. 그러나, 2005년의 전시회는 새로운 유행의 큰 흐름을 찾기 위한 노력이 최근 어느 해보다 두드러진 전시회였다. 큰 디자인 사조가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심미적인 작품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2004년 전체적인 수출 시장이 160억 달러로 1.5% 성장한 가운데, 이태리 가구업계의 가장 큰 수출국인 미국과 독일로의 수출은 2004년 각각 12.7%와 6.4% 줄었다. 따라서 이태리 가구업체들은 2005년이 이태리 가구업계가 중흥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의 독자적인 디자인 컨셉의 추구는 일부 지나치게 강렬한 이미지의 디스플레이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 Philippe Starck는 총 모양의 금도금 전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등갓에 묘지의 십자가까지 그려진 이 컬렉션은 거실에 활용할 수 있는 反戰 테마의 소품인지, 수집용 미술품인지, 혹은 단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디자이너의 작전인지 박람회 기간동안 논란이 많았다.

물론, 특이한 전시로 눈길을 끌었던 디자이너는 Starck 뿐만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Marcel Wanders는 여성이 수영복을 입고 매달려 흔들리는 “Living Chandelier"라는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집중시켰다. 많은 관람객들이 작품의 디자인보다는 흔들리는 여성에게 주목했던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이렇게 자극적이고 강열한 디스플레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Kris Ruhs의 세 발 의자나 Jean Nouvel의 목재판을 댄 알루미늄 테이블 등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작품들은 더욱 빛났다.

신예 디자이너 Matthias Megyeri는 Starck처럼 총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안전과 디자인이라는 문제를 실용적인 방법으로 조합시켰다. 즉, 멀리서 보면 진짜 방범창처럼 짜여진 레이스 커튼과 주물 알루미늄 만화 캐릭터가 달려있는 주물 강철 방범창 등이 그의 작품이다. 웹사이트(www.sweetdreamssecurity.com)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그의 작품은 파키스탄이나 일본 등의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Megyeri의 디자인은 이미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도 전시된 바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가정용 가구 디자인에 대한 업체들의 관심 또한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Vitra의 새로운 컬렉션이 눈에 띄었는데 그 중에서도 디자이너 Frank Gehry의 종이 구름 램프와 Herzog & deMeuron의 아프리카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의자, 그리고 Bouroullec 형제, Werner Aisslinger 및 Hella Jongerius 등 젊은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주목받았다.

최근 수 년 간 Vitra는 테크놀로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정용 가구보다는 오피스용 가구에 집중했었다. 그러나, 이제 일과 휴식과 테크놀로지는 모두 합쳐지고 있다고 Vitra 측은 말한다. 가정은 이제 더욱 흥미롭고 활기찬 공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전시작들 중에도 테크놀로지를 장인정신과 잘 결합한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띄었으며, 많은 경우 이들은 여성 디자이너들의 작품이었다. 최근 수년간 여성 디자이너들은 남성들이 독점하던 가구 디자인 분야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벌이기 시작했다. 여성 디자이너 Patrizia Moroso는 디자인 분야가 남성 중심적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이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하며, 그 결과 여성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좀 더 섬세하면서 파격적이며 진보적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여성 디자이너인 Zaha Hadid가 디자인하고 Established & Sons가 만든 회의용 탁자는 물방울처럼 새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다리가 특징이며, 정열적이면서도 강하다. 유리섬유 소재인 이 작품은 제작과정이 전부 컴퓨터로 처리되었다.

또 다른 여성 디자이너인 Patricia Urquiola가 Kartell을 위해 디자인한 티 테이블은 1인치 두께의 폴리 카보네이트 판으로 투명, 혹은 반짝이는 블랙 두 가지 색상으로 생산된다. 화려하게 조각된 이 테이블은 마루 위에 환상적인 패턴을 만들어낸다.

네덜란드의 디자이너인 Hella Jongerius는 테크놀로지를 좀 더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새로운 기법과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장인정신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가구를 새롭게 변형시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도자기 업체인 Royal Tichelaar Makkum를 위해 Jongerius는 수공으로 제작한 마욜리카 도자기 접시를 선보였으며, Vitra를 위해 술이 달린 버튼이 여기저기 불규칙적으로 달려있는 소파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독창적인 작품으로 주목받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 박람회는 가장 좋은 가구는 장인정신과 테크놀로지의 합작품이며, 소박하면서도 장식적이며, 기능적인 그러면서도 독창적이여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출처 : The New York Times